가 맛이 가득 드는 계절입니다. 겉껍질은 질깃하고 섬유질이 풍부하며 속은 고소하고 아삭한 맛을 냅니다. 배추는 아마도 한민족이 세계에서 가장 많이 먹는 채소일 것입니다. 김치는 물론, 전과 나물, 국의 건더기로도 즐기는 배추. 비타민이 풍부하고 육류를 많이 먹는 사람과 변비에 특별히 좋은 섬유질이 넉넉합니다. 게다가 열량도 매우 낮아서 많이 먹어도 부담이 없고 살이 찌지 않습니다. 지상 최고의 채소 배추의 세계로 들어가 봅니다.

글ㅣ박찬일 (음식칼럼니스트)

배추의 원산지는 중국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일설에는 북유럽산이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온 것으로도 전합니다. 유럽에서는 한국식의 배추를 '중국 배추'라고 부릅니다. 이걸 보면 중국 기원설이 더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유럽인들은 대개 이런 식의 아시안 배추를 즐겨 먹지는 않습니다. 어떤 경우든 이미 배추는 원산지를 넘어 한국 고유의 채소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배추는 한국인이 일인당 소비량이 가장 높은 축에 들며, 배추를 한국인처럼 다양하게 이용하는 경우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듯 합니다.

배추는 봄에도 생산되지만 종자가 다르며, 우리가 흔히 말하는 배추는 김장철에 공급되는 결구 배추를 말합니다. 결구란 속이 공처럼 꽉 차는 배추를 의미합니다. 여름철부터 이런 결구 배추는 시장에 많이 나오지만 제철 배추를 당할 맛은 없습니다. 즙이 풍부하고 흰 부분은 아삭하며, 껍질은 푸르고 영양분을 많이 함축하고 있습니다. 시원한 맛이 있어서 날로 쌈을 싸서 보쌈 등과 같이 먹어도 좋으며, 약간의 액젓과 고춧가루 등을 버무려 겉절이를 담가도 좋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김장에 쓸 때 배추는 최고의 맛을 냅니다. 소금에 절인 배추는 부드럽게 숨이 죽지만, 겨우내 적절한 온도만 유지되면 씹히는 아삭한 맛을 잃지 않습니다. 최근에는 김치의 맛을 오래 보존하는 김치냉장고의 보급으로 한여름에도 작년의 김장김치 맛을 쉽게 볼 수 있게 되었지요.  

 

섬유질이 풍부한 채소, 배추

네이버 백과사전에 의하면 배추 100그램에는 비타민 A 33 IU, 카로틴 100 IU, 비타민 B₁ 0.05mg, 비타민 B2 0.05mg, 니코틴산 0.5mg, 비타민 C 40mg이 들어 있다고 합니다. 연백(軟白)된 흰 부분에는 비타민 A가 없고 푸른 부분에 많다고도 전합니다. 비타민A는 식품에서 섭취하기가 쉽지 않은데 배추에는 이미 상당량이 들어 있으므로 건강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배추에는 비타민C가 많은데, 피로 회복에 도움을 주고 감기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섬유질은 대장암 예방에 좋다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칼륨도 꽤 많은데 혈압을 낮추는 데 기여합니다. 물론 짠 김치를 통해서 배추를 많이 섭취하는 경우는 그다지 좋지 않겠지요. 이외에도 배추는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성분이 많다고 합니다.

배추는 칼로리가 아주 낮습니다. 100그램에 약 25칼로리 정도입니다. 1킬로를 먹어봐야 봉지 라면의 절반도 안되는 칼로리여서 다이어트에 아주 좋습니다. 배추를 다이어트에 이용하려면 김치로는 좀 문제가 있습니다. 많은 양을 먹어야 하는데, 김치의 염분이 문제가 됩니다. 그렇다고 날로 먹기에도 부담스럽습니다. 그러므로 나물로 만들어 먹는 것이 가장 좋은데 배추를 푹 삶아 물기를 꼭 짜고 소금간을 심심하게 한 후 식초를 쳐서 먹는 게 좋습니다. 된장으로 간을 하는 것도 영양을 강화하므로 더욱 추천합니다.

배추에는 비타민A 말고도 비타민C와 칼슘도 풍부합니다. 채소에 칼슘이 많이 들어 있는 경우는 드물므로, 배추를 통해서 칼슘을 섭취한다는 것은 행운입니다. 칼슘은 한국인이 하루 권장량에 모자라게 섭취하는 영양소입니다.

 

감기를 예방할 수 있는 녹차 배추김치

배추로 만들어 먹는 음식 중에 특이한 것은 전입니다. 경북 내륙 지방에서 주로 먹는데, 배추를 숨을 죽이지 않고 밀가루 반죽을 묻혀 곧바로 기름에 지져냅니다. 칼로리가 비교적 낮으며, 맛도 좋아서 건강에 좋은 음식입니다.

배추는 유럽산이든 중국산이든, 중국을 통해 한국에 전래된 것으로 보입니다. 전래 시기는 대개 1400년대라고 합니다. 그 당시의 문헌인 향약구급방에 배추가 소개되고 있는데, 식품이라기보다 약초의 개념으로 서술되어 있다고 합니다. 한동안 민간요법으로 배추가 쓰였던 흔적이 지금도 전하는데, 화상을 입으면 배추즙을 바르거나 옻독에 쓰이기도 했습니다.

배추가 전래된 1400년대인 중종 시기를 무대로 하는 드라마 <대장금>에 배추가 나옵니다. 이 시기에는 배추가 숭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데, 장금이가 배추로 만두를 만들어 올리는 장면이 있습니다. 당시 우리 만두는 밀가루 외에도 매우 다채로워서 장금이처럼 배추를 쓰기도 하고, <음식디미방>에 나왔듯이 숭어껍질로도 만들었습니다. 우리 선조가 훨씬 다채롭게 한식을 만들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지요.

배추를 약초로 취급했던 역사는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에 올라 있는 사실로도 알 수 있습니다. <동의보감>에는 '배추는 성질이 평하고 맛이 달며 독이 없다. 음식을 소화하며 위와 장을 통하게 한다. 술 마신 뒤의 갈증을 멎게 한다'고 하며 <본초강목>에도 비슷한 내용이 나와 있습니다. 우리 민족이 배추를 만나면서 지금처럼 식생활의 근간을 이루었습니다. 김장김치 없는 식단을 상상도 할 수 없습니다. 값 싸고 영양가도 풍부한 배추와 함께 건강한 겨울을 날 수 있겠습니다.

배추로 다양한 요리를 해보세요.